어머니의 노래

2022. 11. 15. 16:35일상다반사

728x90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몇 해 되었다. 생각하면 불효라는 두 글자만 쓸쓸히 떠 오른다.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후에도 다하지 못한 정성이 후회라는 앙금으로 남아 있다. 어제가 어머니 생신날이었다. 가슴이 먹먹하다. 어느 해 생신날을 맞아 동생들과 함께 간 식당에 노래방 시설이 돼 있었다. 어머니는 젊은 날 노래와 담쌓은 삶을 살았다. 간혹 집안일 하시며 흥얼흥얼했지만, 마이크가 낯설어 겸연쩍어했다. 외손녀들의 성화와 등쌀에 못 이겨 마이크를 잡으셨다.

그날 어머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먼저 하시고 ‘여자의 일생’, ‘기타부기’ 세 곡을 하였다. 여자의 일생을 부를 때 코끝이 시큰했다. 자식 뒷바라지로 질곡 많은 삶을 산 어머니, 청춘을 자식과 맞바꾼 당신을 호강은 고사하고 편히 모시지도 못한 죄송함에 어금니만 깨물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그날이 돌아오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이 아렸다.

2015.11월 / 여동생 지인 식당(칠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 조용필
여자의 일생 / 이미자
기타부기 / 윤일로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드화 인테리어  (0) 2022.11.17
열흘째, 뿌연 하늘  (0) 2022.11.16
손자가 좋아하는 노래  (0) 2022.11.14
대구행 버스 안에서  (0) 2022.11.13
사문진 나루터 '용의 알'  (0) 202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