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역사공원에서

2025. 4. 26. 09:28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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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벚꽃 낙화


보름 만에 만난 지인들과 점심 먹은 후 빽다방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사 들고, 월곡역사공원 정자에 마시러 갔다. 걸어가면서, 그곳의 겹벚꽃이 아직 남아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나무는 이미 꽃비를 다 쏟아내고 피로에 젖어 후줄근했다. 겹벚꽃을 보러간 건 아니었지만, 연분홍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낙화를 보니 살짝 아쉬웠다. 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늦게 피고 얇은 꽃잎이 화려하게 여러 겹으로 핀다. 이제는 겹벚꽃과 바통 터치한 이팝나무가 하얀 쌀밥을 풍성하게 매달고 있었다. 곱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행복해진다.

월곡역사박물관과 의병장 우배선 동상


월곡역사박물관은 단양우씨 열락당 종중에서 의병장 우배선(禹拜善, 1569~1621)을 기리려고 2002년 월곡역사공원과 함께 개관했다. 박물관에는 수많은 유물과 다양한 생활용품과 농기구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 우배선 의병진 관련 자료인 <의병 군공책*>과 <교지(간찰, 각택기 포함 14점)> 등은 보물로 지정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소장 전시하고 있다. 앞동산에는 사시사철 푸른 고송(古松)이 절경을 이루고, 봄에는 송림지(정자 앞 연못)를 따라 줄지어 선 황홀한 겹벚꽃이 장관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원에는 잘 가꾸어진 영산홍과 샐비어꽃들이 산책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공원 구역 안에 낙동서원이 있다. 단양우씨의 현조인 우현보와 우배선, 우탁, 신현, 우길생 등 다섯 분의 향사를 매년 음력 3월과 9월에 지내고 있다.
우리들은 보름 동안 별일도 없었건만, 아메리카노를 다 비우고도 노닥거리느라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백수 범부들의 달달한 '자유시간'이었다. (2025.4.24.)

* 화원 우배선 의병진 군공책:  〈의병군공책〉을 비롯하여 첩, 소지, 전령 등 12종 20건의 문서가 수록되었다. 이 가운데 〈의병군공책〉은 의병 우배선을 비롯하여 그 부하의병 88명의 군공을 적고 있는데, 이들이 올린 전공은 참살 63명·사살 604명·작살 110명으로 작은 의병부대로서의 전과로는 엄청난 수이다. 임란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며, 특히 〈의병군공책〉은 전국적으로 유일한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의 전공(戰功)보고서로 임진왜란 때 대구 지방의 의병 활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국가유산청)

송림지 둘레에 70여 그루의 겹벚꽃이 꽃을 피우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레드 카펫보다 아름다운 연분홍 카펫이다.
겹벚꽃은 통상 왕겹벚꽃이라고도 한다.
송림지에는 마른 갈대와 연 가지뿐이었다.
송림지 둘레
박물관 정원
이팝 나무
낙동 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