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3. 00:40ㆍ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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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
* 보물
* 현지 안내판(요약)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은 주변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모아 1923년 다시 세운 불상과 보살상이다. 인근에서 禪房寺(선방사)라고 새겨진 돌이 발견되어 '선방사 삼존불'이라 불리다가 지금은 지명을 따서 '배동 삼존불'이라 한다. 이 삼존입상은 미소를 머금은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 모습이 특징이다. 중앙에 자리한 불상은 이중으로 된 상투 모양 머리에 네모나고 통통한 얼굴을 하고 있다. 원통형의 몸은 목이 거의 없고 두 손은 큼직한데, 왼손은 내리고 오른손은 올리고 있다. 왼쪽의 보살상은 작은 부처가 새겨진 보관을 쓰고 왼손에 정병을 든 것으로 보아 관음보살로 추정된다. 오른쪽의 보살상은 굵은 목걸이와 구슬 장식을 발목까지 늘어뜨리고 있다. 이 점 때문에 두 보살상의 제작 시기를 다르게 보기도 한다. 이 삼존입상은 7세기 신라 불상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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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 노트: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보물) 입구에 洗心斷俗門(세심단속문)이라 새겨진 석주가 나그네를 먼저 맞는다. 삼존불을 친견하기 전에 '시속의 속됨을 잊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경구 같다. 옷깃을 여미고 돌계단을 올랐다. 지붕과 기둥만 있는 우람한 전각에 삼존불이 인자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미소 짓는 모습이 마치 인심 좋은 삼 형제 같아 보였다. 하회탈 같은 눈매가 애당초 근엄함과는 거리가 멀다. 삼존불 모두 얼굴이 온전한 모습인데 코만 뭉개졌다. 아이를 낳지 못한 여인네가 마애불 코 부분의 석재를 긁어서 달여 먹었다는 옛 속설이 떠오른다. 설마 그럴 리야 없을 테지만, 그랬다면 영험한 삼존불로 소문났을 것 같았다. 믿거나 말거나 상상이다. 삼존불 뒤에 발굴된 석재유구들이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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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불과 인접한 조계종 삼불사를 거쳐 계류 건너 원효종 망월사까지 돌아봤다. 절 이름만 보고 '삼불사'가 '삼존불'을 관리하는 줄 여겼는데, 망월사에서 만난 여신도 한 분이 "망월사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삼존불을 어디서 관리하든 잘하면 되는 것이라 다잡아 묻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망월사 대웅전과 삼성각, 대명전의 초석 등이 옛 선방사 터의 유구가 활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대웅전 옆 작은 연못 가운데 삼층 석탑의 지붕돌 밑면 받침에 연꽃무늬가 있어 연화탑이라 불린다. 예사롭지 않은 오래된 탑 같아 보였다. 지붕돌에는 탐방객이 놓고 간 무수한 동전이 은전처럼 반짝거렸다. 입구도 여느 사찰과 달리 솟을대문이었다. 절이라기보다 편안한 사대부 집 같아 보였다. (20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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