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 '상동 은행나무'

2024. 11. 21. 00:31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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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소슬하게 짙어가는 범어네거리, 도시철도 범어역 5번 출구에 아직도 푸른 잎을 고스란히 매단 은행나무를 보았다. 작은 나무들은 노란 단풍을 흩날리는데 거목만은 꿋꿋한 자태다. 은행 앞에 사연이 새겨진 두 기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은행나무는 조선 세조 14년(1468년) 상동 들판에 심어져 오랜 세월 거목으로 자랐다. 1981년 도로 확장 공사로 인근 정화여고 교정으로 옮겨졌다가 학교가 이전해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는 바람에 2001년 현 위치로 옮겨왔다"는 내용이었다. 노거수를 보존하려는 지역민들의 애향심이 뒷받침됐다. 은행나무를 찬찬히 올려봤다. 긴 세월 탓인지 쩍쩍 갈라진 몸체가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무성한 잎을 매단 모습은 한편으로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가 없으니 수나무인 갑다.
세조가 사망한 해 심어진 나무니 대략 오백육십 살쯤 됐다. 거대한 몸집을 이십 년 사이 두 번이나 강제로 옮겼는데도 몸살 앓지 않고 굳세고 건실한 자태를 유지하니 경이롭다. 하필이면 하루 칠만여 대 차량이 왕래하는 범어네거리로 옮겨왔을까. 나무가 온종일 매연을 마시며 견뎌내야 할 텐데. 고생대부터 재난에서 살아난 종으로 '살아 있는 화석'이라더니 생명력이 과연 끈질긴 모양이다.
은행나무는 노환으로 죽지 않고 화재나 벌목, 천재지변 등 사고로 죽는다고 한다. 천 년 이상 살 수 있고 중국에는 삼천 년 된 나무가 실존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천백 년 넘은 용문사 은행나무가 있지 않은가. '상동 은행나무'는 겨우 오백육십 살이다. 아직 젊다. 싱싱하고 늠름하게 오래도록 범어네거리의 수호목으로 자라다오.

범어네거리는 달구벌대로의 대표 교차로의 하나로 전국에서 제일 넓은 면적의 교차로다. 주변은 부 중심상업지역이자 고가의 주거지다. 범어 명칭은 1450년 철원 부사를 지낸 구수종이 정착해 일군 마을로 지형지세가 마치 물고기가 입을 벌려 산 아래 흐르는 냇물에 떠 있는 것 같다고 해 뜰 범(泛), 고기 어(魚)로 지었다고 전한다. 1914년 달성군 수성면에 속해 있다가 1938년 대구부에 편입돼 현재에 이른다.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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