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농장의 고구마 수확

2023. 10. 8. 09:00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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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월 청도 농장에 일손을 도우러 갔다가, 다음 날 고구마를 수확하려고, 아침 일찍 농장에 갔다. 에계계, 이게 웬일이냐, 간밤에 고구마밭을 멧돼지 가족이 방문하여 통째로 꿀꺽 삼켜 맛도 보지 못했다. 어이가 없어 그때는 허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오월 중순, 고구마 순을 세 단 사 밭에 심었다. 농장주가 야생 동물의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천팔백 평 농장 둘레에 철책을 쳤다. 비용이 만만찮았지만, 멧돼지, 고라니가 자주 출몰해 농작물 피해가 계속 발생해 장기적 차원에서 했다. 덕분에 고구마밭이 고스란히 보전됐다. 농장은 친구네 거다.

아침에 호야 부부와 함께 고구마를 캐러 갔다. 사내들이 고구마 넝쿨과 비닐을 걷어내면 부인들이 캐기로 했다. 캐는 동안 사내들은 표고 종균 작업한 참나무를 세우고, 잡동사니 자재를 쌓을 땅을 고른 후 팰릿을 깔고, 복숭아밭 잡초 제거를 했다. 고구마 넝쿨이 이리저리 뻗어나 마치 칡넝쿨 같았다. 넝쿨을 걷어내 다른 곳으로 치우는데 체력이 다 됐는지 땀이 비 오듯 했다. 밭에 지렁이는 왜 그렇게 많은지, 기겁할 만큼 컸다. 굵고 큰 놈들이 새끼 뱀처럼 길었다. 멧돼지가 왔다면 몸보신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구마잎이 무성하면 알이 덜 달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세 고랑에 사각 운반 상자 4개 정도 분량이었으니까. 고구마의 자주색 몸 색이 고왔으나 크기가 들쑥날쑥했다. 토질이 같은 한 곳에 자라면서도 크기가 너무 다른 것이 희한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모든 생물은 무릇 다 똑같을 수 없나 보다. 똑같다면 무생물인 셈이다.

고구마를 하우스에 옮겨 말리기를 하려고 늘어놓으니 적지도 않아 보였다. 지난해 도둑맞은 것에 비하면 "이만한 양도 닥상"이라며 다 함께 웃었다. 실망한 경험이 있으니 작은 성과에도 큰 기쁨을 누리는 하루가 됐다. 올겨울은 군고구마로 따뜻하게 보낼 것 같다. (2023.10.7.)


무성한 고구마밭, 세 고랑에 60평 정도다.
넝쿨을 걷어내는 작업 중. 낫과 예초기로 먼저 가지를 친 후 넝쿨을 걷어냈다.
♤여사가 고구마를 캤는 중 ♧여사가 왔다. 두 여인은 농사의 고수다.
고구마 수확 후 텅 빈 밭.
수확한 고구마. 밭에 영양제에 소금까지 뿌려 맛이 좋을 것 같다.
지난 3월 종균 한 참나무를 일으켜 이 열로 세웠다. 잘돼야 할 텐데.
복숭아밭 예초기 작업. 호야는 풀베는 일을 행복해 한다.
계란판에 불을 피우면 모기, 초파리 등 벌레들 접근을 막는 비법이다. 현장에 맞게 잘라 사용하면 된다.
봄철에 산목한 수국은 내년 봄에 심을 예정.
♤여사가 점심 반찬으로 가져온 식해, 총각김치, 부추김치. 세 가지가 다 무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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