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풍속은 진화 중
2023. 10. 5. 07:11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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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데이트. 드디어 연휴 마지막 날 친구들과 데이트다. 반가움에 학창 시절 유행했던 띄어쓰기 놀이 문구가 떠올랐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이트다. '화청궁'에 도착하니 약속 시각보다 이르다. 여사장님이 "룸에 들어가세요" 말했다. 다섯 명 예약인데 10인용 룸을 주다니 크게 인심 쓰는 게다. 룸은 옆 좌석에 불편을 주지 않으니, 마음 편한 자리다.
다섯 명 중 넷은 옛 동료기도 하지만 술벗이고, 한 사람은 옛 동료로 오랜만에 만난다. 추석 인사를 나누니 모두 "명절은 구속"이었다는데 입을 모았다. 과장이겠지만, 일가친지 방문에 꽃사슴처럼 우아한 모습을 갖추느라 힘이 든 거다. 추석 연휴에 겪은 일을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면 "그래 맞다, 그러게" 맞장구칠수록 빈 소주병이 늘어났다.
가장 보수적인 뽀창 형도 서울 사는 동생들이 사위, 며느리를 얻자 -동생네를 위해- 차례에 참례하지 않도록 했다고 하고, 자현도 차례에 며느리 의견을 반영한 것 같았다. 죽은 귀신보다 산 사람이 더 중요하니 당연한 조처다. 자식을 위해 아버지 代가 산소를 없앴다면 우리 代는 제사를 줄이는 중이다. 선조가 환생하면 기겁할 일이지만, 4대 봉제사를 확 줄이거나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니 명절 풍속은 진화 중이다. 나 자신도 제삿밥 얻어먹을 상상을 버린 지 오래다. 무릇 생명은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추석 뒤끝이 예전보다 한층 명랑했다. (202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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