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돌봄 서비스

2023. 10. 10. 10:50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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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는 빼빼하다. 녀석이 먹기는 잘 먹는데 살이 안 찐다. 어제는 사정상 몇 시간 함께 놀아야 했다. 오전에 갔더니,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이패드로 팝송을 들으며 흥얼흥얼 따라 하기에 아느냐고 물으니 안다고 한다. 고 녀석 참, 대단타. 공부를 조금 한 후 "할아버지, 이제 자전거 타러 나가요"라고 한다. 복도에 세워둔 자전거를 끌고 내려와 정원에서 탔다. 잘 탄다. 작은 녀석이 어디에서 힘이 솟는지 싱싱 잘도 달렸다. "할아버지 와요" 하는데, 가만 서 있을 수 없어 빠른 걸음으로도 따라갈 수 없었다. 아이가 깔깔 웃으며 자꾸만 빨리 오라 유혹했다. 쉬는 동안에는 할아버지 안 가본데 구경 시켜준다면서 상가의 이곳저곳으로 데려가 요모조모 알려준다. 손자 돌봄 서비스라기보다 마치 내가 돌봄 받는 격이 됐다.

세 시간 뒤에 제 어미를 만나, 녀석을 인계하니 만보계가 9,046보 찍혔다. 손자 집에 온 거리를 넉넉히 제하더라도, 녀석을 쫓아다닌 거리가 적어도 7,000보는 넘겠다. 아이가 짧은 시간에 이만큼 설치는데 살이 찔 리가 없겠다. 손자가 빼빼한 걱정은 이제 안 해도 될 것 같다. 유라~ 우리 사이는 만 보 아닌 일보가 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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