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국제 재즈 축제 개막식

2023. 10. 6. 14:39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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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선생님과 수성못을 거닐다가 상화동산 가까이 다가가니 흥겨운 재즈 리듬이 들렸다. 그곳에서 제16회 대구 국제 재즈 축제(10.5~7) 개막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특설무대 앞 잔디밭에 간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청중들이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실내 공연과 달리 제목 그대로 왁자지껄한 축제의 장이었다.

도착했을 즈음에는 공연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무대에는 '정은주 재즈 퀄텟'의 보컬리스트 정은주가 열창하고 있었다. 빈 탁자가 눈에 띄어 자리를 잡았다. 앉고 보니 탁자는 음식 부스 측에서 깔아 놓은 예약석인데 누군가 조기 이석한 자리였다. 백○ 선생님이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 부스에서 부추고추전과 소주를 사 오셨다. 재즈의 신나는 분위기에 빠져들고 차가운 밤바람을 견디는데 소주가 딱 맞았다. 세 번째 외국인 연주팀인 '마누엘 바이안드 콰르텟'의 드러머가 독일사람인데도 유창한 한국어로 팀을 소개했다. 경쾌하고 즉흥적인 재즈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 마지막 팀은 '애플재즈오케스트라'였다. 재즈 비브라폰 연주자인 백진우 씨가 1회 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16년 동안 축제에 참여했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청중이 많이 빠져나갔는데도 지역 팬들의 열화 같은 환호를 받았다. 미션 임파서블 OST 메인 테마곡을 시작으로 화려한 연주 솜씨를 뽐냈다. 사람들이 많이 떠났지만 남아 있는 알짜배기 관객을 위해 멋진 연주를 계속 쏟아냈다.

놀라운 것은 재즈 보컬리스트 김혜미 씨였다. 기온이 내려가 매우 추운 데도  등 파인 드레스를 입고 열창하는데 감동했다. 어려울 때지만,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뜻으로 찰리 채플린의 스마일을 선곡했다고 말할 때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보컬 실력에 미모까지 겸비한 그녀의 마지막 곡은 마이웨이였다. 나는 마이웨이로 살아왔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마위웨이를 외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공연을 마치면서 초록 조명이 밤하늘로 퍼질 때는 오로라 같았다. 색깔이 바뀌지 않았다면 환상 속에서 헤맸을 것이다. 늦은 밤까지 흥겨운 재즈 축제에 빠질 수 있은 것은 순전히 백○ 선생님 덕분이다. (2023.10.5.)

수성못 상화동산 특설무대
정은주 재즈 퀄텟
마누엘 바이안드 콰르텟
애플재즈오케스트라
재즈 보컬리스트 김혜미
애플재즈오케스트라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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