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2. 08:22ㆍ일상다반사
지인들과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길 건너 공원의 팔각정에 앉았다. 자그마한 공원은 대낮에도 한적했다.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던 중 지척에 있는 모퉁이의 식당이 눈에 띄었다. 상호가 적힌 간판이 뿌옇게 퇴색해 있었다. 그 집에 관한 옛일이 떠올랐다.
예전에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다녔던 ○○생아구찜집이다. 음식 맛이 꽤 좋아 단체 회식도 가끔씩 했다. 점심은 한 번 가면 십여 명은 넘게 가는데 우리는 그 식당의 큰 손님에 속했다. 그래서인지 나올 때는 여주인이 넘버원에 작은 용기에 담은 젓갈을 건네면서 서비스라며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옆에서 보기에 정겨웠다. 어느 날 식사비를 낸 동료가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대는 돌아가면서 내는데, 그동안 누구도 일일이 내역을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듯이 생아귀찜은 가격이 조금 비싸다. 비싼 것을 감수하며 다니는데 비용이 틀린다면 곤란하다. 몇 번 더 가면서 차림표를 대조 확인했다. 차이가 나는 금액이 서비스로 준 젓갈 값을 덤터기 씌운 것이다. 따지진 않았지만, 바로 밥집 명단에서 삭제됐다. 아무도 두 번 다시 가지 않은 것은 불문가지다.
빛바랜 업소 간판을 보면서 여우 같은 업주가 아직 영업하는지 궁금했다. 자고로 현명한 업주는 손님 중 넘버원에 교언영색 하기보다 그 자리를 주선한 사람을 체크한다. 접대받는 자는 다시 오기 어렵고, 접대하는 자는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도 늘그막에 반드러한 행동은 없을까 살펴봐야겠다. (202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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