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과자

2023. 9. 20. 11:49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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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처음 피운 것은 1972년 논산훈련소에서다. 6주간 전반기 신병 훈련을 받을 때 간식거리로 하루에 별사탕 한 봉지나 담배 10개비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 담배를 피지 않았기에 별사탕을 신청해 받았다. 별사탕은 건빵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비닐봉지에 흰색, 붉은색 별 모양의 쪼끄마한 사탕이 ㅡ기억이 희미한데ㅡ 스무 알 정도 들어 있었다. 한두 알을 녹여 먹기에는 양이 차지 않아 두세 번 만에 털어먹었다. 그러고 나면 종일 입이 심심했다. PX가 있었지만, 훈련병은 돈이 없어 하루 세 끼 배식 외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그것도 군량미를 누가 떼어먹는지 밥이 너무 적어 어떤 때는 다섯 숟가락이 채 되지 않아 배가 늘 곯았다. 종일 심심치 않으려면 담배를 지급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10개비, 이틀에 한 번, 필터 없는 화랑 담배 한 갑을 지급받았다. 훈련받느라 피울 기회가 적어 이틀 동안 피고도 남았다. 별사탕보다 넉넉했고 구름 과자라 불리며 '심심초' 역할을 충실히 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듯이 담배를 점점 자주 피웠다. 건강에 나쁘고 냄새가 나는 것은 차지하고 줄담배를 멋으로 여기며 건방을 떨었다. 전역 후에는 직장 사무실은 말할 것이 없었고 버스나 택시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피울 수 있었다. 지금은 감히 엄두도 못 낼 행위지만, 90년대 초반까지는 그랬다.

근 50여 년을 피우면서 길게는 7년을 금연한 적이 있고 짧게는 몇 달씩 끊었지만, 스트레스를 이유로 다시 피우곤 했다. 지난 사 월말 다니던 직장을 나와 무료하게 보내다가 '심심초'로 다시 피운다. 벌써 다섯 달이 되어 목이 쉐하고 가래도 생긴다. 금연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담배를 사 후밋길에 앉아 구름 과자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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