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4. 08:32ㆍ여행의 추억
SBS 인기 드라마 '악귀'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덕달이 나무'를 보러 갔다. 비 예보가 맞다면 나무를 완상하는데 어울릴 것 같아 집을 나섰다. 두 시간 정도 달려 의령 성황리 마을에 도착했다. 하늘은 찌푸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고샅길을 따라 산으로 백여 미터 가니 범상치 않은 소나무가 나타났다. 안내판과 나란히 '드라마 악귀 덕달이 나무'라고 쓴 간판이 세워져 있다.
의령 성황리 소나무는 실제로는 성황리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나무다. 수령이 약 삼백 년이라고 한다. 마을을 굽어보고 선 풍채가 예사롭지 않다. 여느 소나무와 같이 쭉 뻗은 늘씬한 몸매가 아닌, 울퉁불퉁한 몸체에는 영성한 기운이 서린 것 같다. 굵은 몸통에서 갈라져 나온 굽은 가지가 기괴하게 뻗어 꿈틀거리는 생동감 마저 느끼게 한다. 198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벌초하고 내려오는 주민과 만났다. 그는 "칠십 년을 봐왔지만 모습이 한 곳도 변함 없이 그대로다."라면서 "동네에서는 나이가 오백 년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이 "의령 남씨 집성촌으로 과거 100호(戶)가 넘었는데 지금은 20여 호"라고 알려 준다. 연만한 주민이 모두 돌아가시면 빈 마을이 되어 서낭나무의 역할이 끝날지도 모를 일이다.
악귀의 수호신이라는 덕달이 나무란 이칭도 드라마에 불과할 뿐이다. 정작 소나무는 자연과 풍경을 대표한다. 고고한 외모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소나무처럼 닮아갈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20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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