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6. 07:27ㆍ일상다반사
1) 안전면도기로 면도했다. 면도기를 물로 씻은 후 물을 털어내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을 크게 베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피가 많이 나 오른손으로 상처 부위를 꼭 잡았다. 집에 아무도 없어 매우 난처했다. 옷을 입고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가는 동안 엄청 불편했다. 의사 선생님이 "안전면도기에 손가락 벤 환자는 평생 처음 본다"라며 의아해하며 상처를 기웠다.
2) 농장에서 작업을 마친 후 흙먼지 묻은 바지를 손으로 털었다. 티끌이 털리지 않아 바지를 벗어 바짓단을 잡고 팍팍 털었다. 벨트 부위를 잡아야 하는데 바짓단을 잡고 털었으니, 허리띠가 빠져나와 허공에 떠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야속하게 정수리로 곤두박질을 쳤다. 순간 통증에 머리를 감싸 쥐니 진득한 피가 묻어났다.
3) 늦은 아침을 먹었다. 반찬통을 거두려고 뚜껑을 잡고 아일랜드로 옮겨놓는 순간, 뚜껑이 헐겁게 닫겨 유리병이 떨어졌다. 재바른 동작으로 축구공을 잡듯 두 손으로 잡긴 잡았는데, 깨지는 순간 포착이었다. 엉겁결에 양손으로 잡은 병 조각이 앞으로 당겨졌다. 반사적 동작이었다. 깨진 병 조각이 셔츠를 뚫고 배에 닿았다. 의사가 별일 다 본다면서 상처가 깊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바느질했다.
나이가 들면 몸에 병이 생기고 잔잔한 사고가 잦아진다. 몇 년 전, 반년 동안에 일어났던 사고를 상기해 본다. 이 외에도 RV차 트렁크를 낮게 열어두었다가 머리를 세게 부딪치거나, 발톱을 잘못 깎아 낭패를 겪기도 했다. 다행히 다른 사고로 이어지는 실수가 아니었지만, 그것은 '노년으로 가는 길'이었다.
스스로 노년인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동작이 어둔해져 어려움에 직면해 봐야 비로소 인정한다. 방심이나 부주의가 황당한 사고로 이어지자, 심기일전하려고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사소한 일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뉘라서 날 늙다 하는고 늙은이도 이러한가
꽃보면 반갑고 잔 잡으면 웃음 난다
춘풍에 흩나는 백발이야 낸들 어이하리오.
// 李仲集의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