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4. 07:09ㆍ일상다반사
오늘이 '처서'*인 것은 지인의 카톡을 받고서 알았다. 처서는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선선한 가을이 도래하므로 이때부터 모기가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내려온다.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어김 없이 찾아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인류가 '원시인'일 때는 자연의 한 부분이었으리라. 이제는 자연과 쌍벽을 이루는 '인간'으로 성장했다. 이 '사람'은 오늘도 지인과 노닐다가, 버스로 귀가하면서 하루의 조각을 붙여 놓는다.
새벽에 일어나 신경림, 김상국, 정현종, 문정희, 박제영 시인님의 시를 몇 편씩 읽었다. 시인이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고뇌한 시어에서 주제넘게 돈오돈수의 느낌을 가끔 받는다. 시는 깨달음을 준다.
오전에는 치과 진료를 받았다. 통증에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S 원장에게 백 퍼센트 몸을 맡기고 복식 호흡을 한다. 고통을 잘 참지만, 치과 아픔은 번갯불 같은 순간 놀람이다. 우리한 통증은 그 뒤에 수반하는 괴롬이다. 진료를 마치고 대기실에 있는 신문을 모두 읽었다.
오후에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주붕들과 석양배를 했다. 비록 시류에 어두우나 무구(無垢)의 잔을 기울이는 동안 행복했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커피숍에서 아아*를 마셨더니 온몸에 퍼졌던 불사약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깝.다. 버스를 기다리니 무더위도 제풀에 겨워 우수수 갈바람을 닮아갔다. (2023.8.23. with: 뽀창형님, 자현, 상현)
* 처서(處暑): 24절기의 14번째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있다. 낮은 여름같되 아침과 저녁은 선선한 가을 느낌이 든다.
*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