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을 다녀와서

2023. 8. 13. 08:40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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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회원이 부친상을 당했다. 회장님과 연락되는 사람들이 문상을 함께 갔다. 상주가 많고 조문객도 적지 않았다. 조기와 조화도 많이 들어와 망자가 가족 걱정 안 하고 마음 편히 저승길을 가실 것 같았다. 문상 온 입장에서 보기에 좋았다. 망자는 입원해 이틀 만에 별세했다. 상주에게 부친이 갑자기 돌아가신 연유를 들었다. 그동안 자녀들과 따로 떨어져 살았는데 위독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지병이 깊었다고 했다. 상주들이 불효한 것이 아니라, 망자가 시나브로 악화하는 환우를 스스로 숨긴 것 같다.

송나라 학자 주신중의 인생오계(生, 身, 家, 老, 死)를 읽은 적이 있었다. 오계는 다시 계(計)마다 다섯 가지 자세한 내용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천 년 전의 훈교가 틀리지 않았다. 그때는 부모님이 생존해 계셔서 특히 사계(死計)에 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지금은 오히려 나의 사계만 신경 쓰면 되는 세월이 됐다.

현대는 솔직히 유산이나 많이 남길 수 있다면, 적어도 아버지 이미지가 좋게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형편이 안 되니 나의 사계 1번은 노병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계획이 맞지 않을까 싶다. 조문했던 망자에게서 똑같은 심정을 느껴 가슴이 찡했다. 머지않은 세월이다, 잘 살자. (2023.8.12.)

대구전문장례식장에서 바라본 하늘 /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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