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2. 09:24ㆍ일상다반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 형들과 복달임했다. 어제가 말복이었는데 태풍 '카눈'이 전국을 강타하여 하루가 순연한 셈이다. 생전 처음 먹은 '상황버섯 삼계탕'. 노리끼리하고 구수한 맛이 여느 삼계탕과 달랐다. '네네'하는 너그러운 여주인의 친절이 음식 맛을 보탰다. 어제 태풍으로 공(空)친 주인은 다행히 오늘 손님이 몰려, 안색이 스마일이었다. 올해도 삼복 복달임을 다 챙겼으니, 남은 기간 건강을 보증받았다.
형들과는 오랜 세월 같은 일을 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끊이지 않고, 하잖은 잡담도 살갑기만 하다. 화제가 늘 그랬듯이 단연 건강이 주종을 이뤘고 요양병원 사례가 곁가지를 쳤다. 그중에 하나, 언제나 구수한 입담으로 즐거움을 나누는 K 형이 주류파인 "우리는 노인 상위 2%"에 속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무슨 소린고 하니, 소주 2병을 끄떡없이 마시는 사람은 첫째 건강한 증거요, 둘째는 술값 정도는 있는 자고, 마지막으로 집안에 우환이 없어야 마음 편히 마실 수 있으니 아무나 되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해 설득력이 있었다. K 형은 이어서 "일흔 넘어 소주 두 병 주량은 상위 2%라는 통계 조사가 있었다"라고 덧붙이면서 "학창 시절 공부는 2%에 든 적이 없는데 늘그막에, 우리나라에서 2%라니 기분 좋더라"라면서 잔을 들어 미소 지으며 득의만만했다.
통계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주류파는 안색이 환해져 "정말 그렇겠네" 맞장구를 놓았다. 행복이 별건가, 소주 두 병이면 되는데. 이야기 한 토막이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좌중을 감염시켰다. 두 병에서 한 병, 한 잔이 열반주가 될 때까지 형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 (2023.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