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사문진 나루터
2023. 7. 19. 09:43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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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가는 동안 우산을 썼지만, 세찬 비로 바지가 다 젖었다. 치료를 마치고 '다산'에 도착하니 오후 세 시쯤이다. 비가 더욱 쏟아졌다. 소주를 마시며 동암의 근황을 들었다. 며칠 전, 미국 사는 큰아들네가 다녀갔다며 사진을 보여주면서 상기(上氣)됐다. 자신은 부친으로부터 많은 재정 지원을 받았지만, 막상 자기는 아들을 도와줄 수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손자 학업 성적을 자랑했지만, 살이 찐 것을 더 염려하는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야기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어릴 때인 대구 유학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반은 아는 일이고 반은 궁금한 수수께끼가 풀리는 말이었다. 빗소리조차 크게 들려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어려웠다.
2차로 커피까지 마신 후 종점 정류장에서 대구행 버스를 기다렸다. 동암이 전화해 운천이 차를 몰고 나타났다. 퇴근길이었다. 술 추렴하자는 동암을 설득해 낙동강을 보려고 사문진 나루터로 갔다.
넓은 강폭을 가득 채운 강물이 도도히 흘렀다. 황하처럼 거칠고 누런 황토물이다. 씩씩하고 거침없는 기상이 느껴졌다. 연일 계속된 호우로 나루터와 주막촌이 폐쇄됐다. 강 쪽으로는 곳곳에 출입 금지선을 쳐놨다. 화단의 꽃들은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향기를 농농히 풍겼다. 비가 속절없이 계속 내렸다. 화원역까지 픽업해 주어 귀가 길이 편했다. (2023.7.18. with: 동암, 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