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요일의 시등회

2023. 7. 18. 08:55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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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모임의 직책이 회장, 부회장, 총무가 있는데 모두 종신직이다. 이 중의 '총무'를 우리는 '총장'이라 부른다. 30년 넘게 회원 뒷바라지해 주는 데 따른 존경의 호칭이다. 돌부처처럼 아직 한 번도 불평불만을 내색하지 않는다.

회원들은 이제 장마철이면 온몸이 찌뿌드드한 세대다. 총장이 천 리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7월 비요일 산행은 '소마구 참숯 갈비' 집에서 한다고 진작 사발통문을 돌렸다.

먹으러 갈 때는 추적추적 비 오는 거리를 걸어도 운치 있다. 다 모이니 몇 사람이 빠진 열둘이다. 주류, 비주류 나누니 주류가 넷이다. 예전에는 주류가 거개였는데 풍상설우가 샌님으로 다듬었다. 항우장사인들 세월을 이길 수 있겠는가. 지글지글 고기 굽히는 소리에 회장 인사 말씀이 짧았다. 역시 분위기 아는 회장님이시다. 고문님이 갈빗집 사장 부부를 불러 소개해 주신다. 덕분에 육회가 세 접시 덤으로 따라왔다. 다음에는 한 상 더 나오도록 빠지는 회원이 없어야겠다. 먹을 때는 좌석마다 정 넘치는 소리가 철철 났다. 끼리끼리 열중하느라 들을 여유가 없다. 오직 주당들이 외치는 '사장님, 소주 한 병 더'만 또렷했다. 비가 잦아지자 우리는 일어섰다. 총장이 뒤통수에다 "8월은 자유 산행입니데이"라며 큰소리로 쐐기를 박는다. 때로는 정(情)이 지나쳐야 사랑을 느낀다. 모임을 파한 후에도 주류파는 명덕시장 어둠 속을 휘적휘적 걸어갔다. (2023.7.15. with: 시등회 12명)

소마구 참숯 갈비 / 봉덕로 13
주류파의 좌쌈우주(왼손에 쌈, 오른손에 술잔)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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