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2023. 6. 9. 08:32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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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경북일보

 
어느 해 팔공산 동봉을 올랐다가 하산해 집단시설단지의 여느 식당을 찾아서 들어갔다. 주인장이 물었다.
"어데 갔다 왔능교?"
"동봉 다녀 왔심더."
"동봉이 어덴데요?" 주인장이 되물었다.
"와(왜), 저 꼭대기요." 무심히 말했다.
"여(여기) 동봉이 어디 있능교? 미타봉이라고 캐야지(해야지)."
넌지시 일갈하는 주인장 말이 진지했다. 팔공산 기슭에서 60년 넘게 산다는 식당 주인 김ㅇㅇ 씨는 팔공산 재조명 운동에 힘을 쏟는다고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팔공산 유래와 옛 문헌에 전해지는 팔경(八景)의 위치, 천제단 복원, 팔공산을 널리 알리는 방법 등에 관해 진지한 이야기를 들었다. 팔공산 품 안에 살면서 사시사철 찾지만, 그리 아는 것이 없다. 기껏해야 어느 산길로 들면 어디가 나오고, 어디 길이 인적이 드물다는 원시적인 앎만 있었기에 김ㅇㅇ 씨의 이야기는 실로 느낀 바가 컸다.

봉황이 날개를 편 것 같은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팔공산(八公山)은 대구의 진산이자 경북의 웅산이다. 정상인 1,192m 비로봉(毘盧峰)은 신라 때부터 하늘에 제를 올린 신성한 곳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좌우에 1,155m 동봉과 1,120m 서봉이 우뚝하다. 동봉의 옛 이름은 미타봉(彌陀峰)이며 서봉은 삼성봉(三聖峰)이다. 팔공산은  '삼국사기'에 부악(夫岳), 중악(中岳), 공산(公山)으로 산 이름의 변천 내력이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최초 기록은 조선 중종 26년(1531)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산 이름과 위치, 지명이 소개되었다. 1931년 발간된 '달성군지'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전투 중에 왕건 대신에 순사한 신숭겸, 김락, 김철, 전이갑, 전의갑, 전락, 호원보, 손행 등 여덟 장수를 기리고자 팔공산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불교에 얽힌 설화들도 함께 전해 내려온다.

동서로 길게 뻗은 약 30km 산줄기에는 수많은 전설과 함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불교 문화재로 송림사, 파계사, 부인사, 동화사, 갓바위, 선본사, 불굴사, 은해사, 군위삼존석굴 등 비중 있는 사찰이 산재한다. 특히 삼존석굴은 천연석굴에 삼존불상을 모신 제2석굴암으로 경주 석굴암보다 반세기 빨리 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3일 고준한 산세와 소중한 문화재로 각광 받아온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자연·문화 자원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탐방객이 애정하는 국립공원으로 변모하길 기대해 본다. 이참에 일제강점기에 이름 바뀐 봉우리들도 옛 본명을 되찾는다면 더할 나위없겠다. 한평생 팔공산 재조명 운동에 애써오신 김ㅇㅇ 씨의 뜻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뻐하실 모습이 상상돼 빙긋이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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