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3. 08:51ㆍ여행의 추억
약전골목에서 종로로 가다가 첫 번째 나오는 오른쪽 골목이 진골목이다. 진골목은 긴 골목의 방언이다. 골목이 길어 진골목이라 한다지만, 내 생각엔 진이 보배 珍(진) 자가 아닌가 싶다. 말이 긴 골목이지 실제로 길지 않다. 더 긴 골목이 너무나 많은데 굳이 이곳을 왜 진골목이라 했을까. 일제강점기 때부터 대구 재력가들이 살았던 골목임을 감안한다면 진골목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골목에는 1937년 청나라 모금문이 설계, 시공한 2층 양옥도 있다. 달성 서씨가 살았는데, 1947년 '정소아과의원'에서 매입해 개업했다. 한동안 폐업했는데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진골목에도 카페와 커피숍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시니어의 사랑방 '미도 다방*'이 위축되지 않고 여전히 문을 활짝 열어 손님을 맞는다. 지역의 문인, 퇴직 공무원들은 미도 다방 사장 정인숙(72) 여사를 모르는 분이 드물 정도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진한 쌍화차와 전병을 듬뿍 담아 손님을 살갑게 모신다. 틈틈이 봉사 활동을 하는데 근래에는 시 낭송 봉사까지 다닌다. 한번은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가 정 여사와 돌아가며 시 낭송하게 됐다. 한 지인이 흘러간 옛 노래 가사를 詩인 척 낭송해 웃음바다가 됐다. 오늘은 여사가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물었더니 봉사단체에 점심 내러 갔다고 했다.
별로 잘한 것이 없는데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면 그 사람을 '인복이 많다'라고 하고, 언행이 갖추어져 남들 도움을 받을만해 받는 것을 '인덕이 있다'고 한다. 정 여사는 인복보다 인덕 쌓는 언행이 더 많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2023.5.31. with: 호야)
* 미도 다방: 1978.12월 덕산동 미도 화방 2층에서 문을 열었다가 1991년 진골목으로 이전, 2012년 현 위치로 다시 옮겼다. 도심에서 드문 전통 다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입가심으로 전병과 웨하스를 무한리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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