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법수사지

2023. 5. 29. 22:39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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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지인들이 법수사지를 가려고 한다. 우중에 왜 가느냐니 '운치' 때문이란다. 고상한 취미를 극찬하고 동승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씽씽 잘 달린다. '우천 시 20% 감속 운전' 경고문이 무색하다. 살살 가자고 다독거리며 성주 백운리에 도착했다. 준비해 간 비옷을 덧입고 우산까지 받쳐 드니 학술조사단 못지않다.

비 맞는 법수사지는 물이 흥건히 고였고 안개까지 옅게 흘러 지인들 말처럼 '운치'가 있었다. 삼 층 석탑 하나만 달랑 있던 빈터가 발굴 조사 후 정비를 하였지만, 비까지 내려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법수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 창건한 대사찰이었다. 안타깝게도 임진왜란 이후부터 기록이 없어 전란 중 폐사한 것으로 추측한다. 천년을 홀로 폐사지를 지킨 높이 5.8m 삼 층 석탑은 신라 말기 양식으로 보물로 지정됐다. 해인사 대적광전 주존불인 바로자나불이 법수사의 주존불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번성했을 천 년 전의 법수사가 상상되었다.
후투티 한 마리가 석탑에 손님이 찾아왔으니, 위엄을 갖추라고 속삭였다. 답사팀이 1,200살 어른에게 경배를 올렸다. 비가 계속 내렸다. (with: 대불답사팀 3명)

홀로 법수사 터를 지키고 있는 석탑.
후투티가 속삭인다.
비가 오지만 위엄을 갖추라고
발굴 후 모아둔 부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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