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상추를 얻어 오며

2023. 5. 15. 09:02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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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상추를 가져가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지인은 지난해 상반기 은퇴하고 주말농장의 텃밭을 임차해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 각종 채소를 수확해 주변 사람에게 대부분 나누어 준다. 재미가 붙었는지 올해는 일곱 평 땅을 스무 평으로 늘렸다.

상추를 받으러 텃밭에 갔다. 얼마나 열성을 기울였는지 밭은 잡초 하나 없이 깔끔했다. 박아 놓은 고춧대도 일직선에다 높이가 자로 잰 듯 일정했다. 상추, 쑥갓, 파 등 여러 작물이 지인의 환한 얼굴처럼 반짝거렸다. 힘들여 가꾼 농작물을 그저 받아 오려니 고맙고 미안했다.

수필(신기전; 권오훈 작) 한 편을 읽었다. 텃밭의 남은 농작물을 썩혀버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작가는 '자기 것인데 나눠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수 없다'라면서도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무척 애를 썼다'라는 것을 고백한다.
공을 들여 수확한 작물을 스스럼 없이 나누는 지인의 행위야말로 선행이 아닐 수 없다. 남에게 선의를 베풀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선해 진다. (202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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