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

2023. 5. 10. 09:12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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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 소나무에 앉아 우짖는 직박구리* 소리에 밖을 자꾸 내다본다.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데 쪼끄마한 새가 앙칼지다. 무슨 잔소리를 하고 싶은 건가. 불만투성이 소프라노다. 사실은 저는 저 대로 화창한 아침을 맞아 예쁜 노래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친구가 농장을 팔기 전에 일손을 도우려 더러 다녔다. 블루베리밭에 그물을 덮었는데 직박구리들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자주 침입하여 해(害)를 입힌다. 작은 새가 얼마를 따먹겠느냐 하지마는 열매를 쪼아 못 쓰게 만드니 농부는 약이 오른다. 회초리를 들고 쫓으면 황급히 날갯짓하며 이쪽저쪽으로 우르르 몰려다닌다. 계속 따라다니면 천장 그물에 매달려 가쁜 숨을 몰아쉰다.

한번은 휘두른 회초리에 한 마리가 맞아떨어져 바르르 떨다가 죽었다. 축 늘어진 미물의 사체를 손에 드니 굳어진 감촉이 전해졌다. 방금까지 싱싱하던 생명이 순식간에 싸늘히 죽임을 당했다. '먹은 죄는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죄지은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 직박구리: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여 무리 지어 사는 텃새. 울음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꽃잎과 배추, 풀 이파리, 열매, 벌레 등 별것을 다 먹는다, 성격이 호전적이다. 농작물에 해를 끼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환경부에서 웬만한 텃새(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등)는 유해조수로 지정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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