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기찻길을 보면

2023. 3. 15. 11:50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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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 사월교에서

 
쭉 뻗은 기찻길을 보면 내 마음은 철마처럼 달리고 싶다. 때는 학창 시절, 바다가 그리우면 무작정 부산行 기차에 몸을 실었다. 늘 주머니가 비어 있었다. 철도청 관계자들의 눈을 피해 수화물취급소로 숨어 들어가 열차를 몰래 탔다. 역무원의 검표가 시작되면 뒤 칸으로 물러나면서 단속을 모면했다. 때로, 역 구간이 가장 긴 삼랑진역과 구포역 사이에서 검표를 당하면, 하는 수 없이 맨 끝 칸에서 밖으로 나가 검표가 끝나는 동안 열차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러고 나면 세찬 열차 풍을 맞아 목이 한 달씩 잠겨 쉰 목소리를 내곤 했다. 내릴 때는 수화물취급소로 나가려고 열차가 플랫폼에 멈추기 전에 과감하게 뛰어내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쭉 뻗은 기찻길처럼 십 대의 패기 때문일까. 곡선의 나이가 되어 그때를 떠올리니 철없던 행동에 웃음이 나온다.
요즘은 열차가 눈부시게 발전해 달릴 때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검표도 휴대용 태블릿 피시로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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