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지 두꺼비 소식을 기다린다

2023. 3. 14. 13:41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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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부산 도심의 두꺼비 산란지인 온천천 연못이 오수관로 공사로 오염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름때가 끼고 물이 검게 변했다. 잠시지만 산란을 위해 두꺼비가 이동하는 여정을 그리기도 했다. 험난했다. 곳곳에 놓인 장애물을 지나고 심지어는 차에 치여 죽는다. 번식을 위한 연못은 숨조차 쉴 수 없을 환경이었다. 안타까운 상황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내용이었다.
 
대구에도 전국 최대 두꺼비 집단 산란지가 있다. 망월지다. 어린 시절 '두껍아 두껍아, 어디 가니/ 저 건너 씨름하러 간다/ 이겼니 졌니, 가위바위보.'를 외치며 뛰어놀았다. 그때 불렀던 두꺼비 노래가 떠올랐다. 욱수골을 산행하려면 망월지를 지나야 하는데 늘 못 둑 밑 도로로만 다녀 실제로 못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망월지 알지?'라고 물으면 '응'이라고 대답했다.
 
망월지와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이제야 처음 가봤다. 네모진 아담한 저수지에 오리 가족이 한가롭게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가까이 종교 시설이 있어 더 평온하게 느껴졌다. 십오 년 전 한 시민의 제보로 전 국민의 이목이 망월지로 집중됐다놀랍게도 수많은 두꺼비가 이동 중에 당한 '로드킬*장면 때문이었다. 지금은 저수지 둑에 로드킬 방지용 그물 울타리가 설치됐다. 두꺼비는 못 봤지만, 돌로 된 두꺼비 장식이 여럿 놓여 있었다. 망월지는 현재, 두꺼비 집단 산란지로서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각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관할 구청에서는 생태공원 조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젠 두꺼비 2세 소식만 들려오기를 기다린다. 봄이 진짜 피어나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 로드킬(roadkill):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일. 동물 교통사고 사망.

망월지 / 수성구 욱수동 416
망월지와 인접한 불광사 경북불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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