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는 님도 보고 뽕도 딴다

2023. 2. 7. 11:28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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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쇠고 보름도 지났다. 동무가 그리웠는지 인산이 '번개'를 쳤다. 주배(酒輩)들이 천둥처럼 주점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번개란 님(친구)도 보고 뽕(술)도 따는 찬스 아닌가. 친구끼리 입에 발린 수인사는 필요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먹고 마시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도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다른 손님이 없는 막간을 틈타 수암이 최희준의 진고개 신사를 한 곡 뽑았다. 오강이 질세라 남진의 빈 지게로 즉석 화답했다. 인산과 운천은 추억의 젓가락 장단으로 흥을 돋우었다. 더러는 입으로 신명 나게 북을 두드렸다.

동네 가까이 사는 내 친구가
주점에 다 모이면 열둘이나 열셋인데
다 모이는 날은 적고
멀리 있는 친구가 오는 날 이외에는
다 오지 않는 날도 또한 적다
대개 한 번에 삼, 사 명 오는 것이 보통이다
친구들이 왔다 하여
꼭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마시다가도 싫으면 먼저 그만두는데
누구나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어서
술로써 낙(樂)을 삼는 것이 아니요
담소하고 옛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으로 낙을 삼는 것이다
- 수호지 서문을 각색하여 분위기를 대신한다 -

며칠 전 바다 건너온 오도코야마 한 병으로 시작한 술자리가 소맥까지 이어지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구암과 조야가 흥취를 돋우려고 신사임당을 기꺼이 내놨다. 범물과 운천이 배춧잎으로 양념을 쳤다. 친구들과 어울려 깊어져 가는 밤, 주점을 나설 때는 모두 발걸음이 가벼웠고 보름달처럼 기분이 둥둥 떴다. 다음번 토르는 누가 되려나…. (with: 인산, 조야, 공초, 수암, 심오, 준형, 동암, 향인, 운천, 구암, 오강)

 

 

수암은 중딩 때부터 일찍이 가수로 인기를 얻었다.
오강만큼 트로트 츨기는 동무도 흔치 않다.

안방집 추억의 젓가락 장단

우정을 튼튼히 하는 자진 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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