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칼국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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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칼국수에서 모임하고
또래 모임에 나가면 모처럼 만났다고 반가운 나머지 혀가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는 혼자서 다 말하고, 가깝게 앉은 사람끼리 삼삼오오 대화해 소란스럽기만 하다. 어떤 때는 제 주장만 고집하다가 간혹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이야기가 주제에 집중하지 않고 자주 곁가지로 흐른다. 혈기가 왕성하다거나 모임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고쳐야 할 악습이다. 선후배들과의 모임은 두 달에 한 번씩 한다. 매달 만나다가 몇 년 전부터 격월로 변경했다. 회비는 식사와 명절 선물비로 사용하려고 매달 총장(총무의 높임말)에게 자동이체를 한다. 팔십 년대부터 만났지만 원만하게 운영된다. 서로 건강하고 가끔 얼굴 보고 말벗하자는 바람뿐이다. 온정적으로 모임이 또바기 유지되는 비결은 또래 모임과 달리 말할 때..
2024.04.16 -
물베기 거리, 할매 칼국수
직장에 다닐 때는 과중한 업무와 잦은 야근에 시달렸다. 일하다 고달프면 '공부를 이만큼 열심히 했으면 이 짓은 안 하고 살 텐데…' 하며 막연히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염색을 한 분도 있지만- 머리카락이 허옇게 센 지금 -머, 후회가 없진 않지만- 그저 가족과 아는 사람 모두 건강하고 지인들과 담소 나누며 산다. -능력이 안 돼- 마음을 비우니 돈도 크게 부럽지 않다. 늦으나마 인제 와서야 행복이 평범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젊은 날의 선배 동료들이 추석 쇠고, '할매 칼국수'에서 만났다. 대부분 머리카락이 새하얗다. 세월이 흘렀어도 만나면 반갑고 즐겁고 감사한 분들이다. 이야기꽃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 애달팠던 이야기가 나와도 예쁜 꽃이 활짝 피어 함박웃음 ..
20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