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도다리쑥국을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때에는 거뜬하게 이겨냈는데 이제 와 코가 막히고 목이 따갑다. 꽃 피는 봄날에 감기에 걸리다니 어처구니없다. 주말이라 감기로 꼼짝하지 않았더니 집사람이 점심 먹고 나자 쑥 캐러 가자고 한다.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자동차 운전대를 잡았다. 가까운 영남대학 수변공원인 삼천지 둑으로 갔다. 기온이 올라갔고 하늘은 파랗다. 둑에는 개나리가 만발하고 햇볕이 더없이 따스했지만, 캠퍼스나 둑방 길에 두런거리는 인적이 없으니 부질없어 보였다. 지난겨울 피었다 진 갈대와 시든 연꽃 줄기가 삼천지의 반을 차지했고 알 수 없는 종류의 울음소리가 끙, 끙하며 들려왔다. 자잘한 쑥들이 땅바닥에 오종종 붙어있었다. 키가 작고 돌이 많아 캐려면 수고롭겠다. 쑥 앞에 주저앉았다. 준비해 간 과도를 쥐고 쑥을..
202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