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커피숍에서
동산네거리 인근의 커피숍에 들어갔다. 점포 앞 인도에 내놓은 '음악이 있는 조용한 곳' 광고판에 이끌려서다. 상호 없이 햇빛 가리개 어닝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KBS가 쓰여 있다. 이것이 상호일까? 실내에는 2인용 탁자 댓 개와 바에 의자가 몇 개 놓였고, 주방 쪽 벽면으로 레코드판이 가득하다. 음반이 없는 빈 곳에 턴테이블과 스피커 두 개가 따로 하나씩 근사하게 놓였다. 좌석이 놓인 두 벽면은 장식하지 않은 채 하얗게 비워두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보였다. 손님은 나와 친구 둘뿐이고, 혼자 일하고 있는 젊은 남성이 친절하고 사근사근했다. 그가 사장이었다. 벽면의 2,000장 되는 레코드판이 재즈라면서 -클래식은 바흐가 몇 장 있다고도 했다- 레코드판 한 장을 꺼내 소중하게 다루어 턴테이블에 걸었다...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