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왕버들을 보고
나무는 늙지 않아 좋겠다. 어린나무는 보았지만 늙은 나무를 본 적이 없다. 고목(古木)이라는 말도 사람이 일컫는 말이지 나무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며칠 전 사백 년 된 소나무를 봤다. 철갑을 두른 듯한 껍질이 장군의 갑옷처럼 믿음직했다. 감탄하여 어루만지니 긴 세월 풍상설우를 견뎌낸 굳건함이 손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은 세월이 흐르면서 늙어가고 피돌기가 쪼그라들건만 나무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정반대로 푸른 기운을 더욱 내뿜는다. 나무는 세월의 말 없는 산증인이다. 자녀가 어렸을 때 수성못 인근에 이십사 년을 살았다. 사계절 내내 산책을 하며 풍광을 즐기는 혜택을 누렸다. 못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플라타너스, 느티나무와 벚나무 등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나무가 많았다. 예전에는 ..
202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