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복자부산할매낙지에서
제주도에서 일하는 雲川이가 휴가를 나왔다. 오락가락하던 장맛비가 갑자기 끝장을 낼 것처럼 퍼부어댄다. 친구 여섯이 놋날을 드리듯 거세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집에 모였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천장 밑에 빈 그릇을 대며 "이음새를 보수했는데도 비가 오면 샌다"라는 종업원 말이 부글부글거렸지만, 우리는 보글보글 끓는 얼큰한 낙지전골 냄비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음식이 만남이고 소통이라 했던가. 우리는 밑도 끝도 없는 한마디에도 웃으며 잔을 들었다. 소맥을 부딪히며 꼭꼭 봉해두었던 늘그막 우정을 풀었다. 근래 들어 이곳에서 두 달에 한 번은 고교 동기 모임을 가진다. 낙지는 맛있고 건강에 좋으며 비용도 적당하다는 총무 제안에 두말없이 장소를 정했다. 낙지 요리가 살짝 매우면서 들쩍지근해 술안주로도 안성..
202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