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으며
수박을 하나 샀다. 어찌나 큰지 집사람과 둘이 먹는데, 열흘 정도 걸렸다. 더울 때는 수박만큼 시원한 과일도 없겠다 싶어 새로 하나 샀다. 요즘 수박은 옛날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무겁다. 접이식 카트에 담으니 한가득하다. 작게 잘라 타파 통에 넣어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니 어릴 때의 아스라한 추억이 몰려왔다. 감추어 두었던 보물 창고를 열어본다. 무더운 여름밤, 아버지가 수박을 하나 사 오면, 나는 심부름한다. 대부분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어서 얼음집으로 달려가 작은 얼음덩어리를 사 오는 것이다. 사 온 얼음은 커다란 다라이 속에 넣어 놓고 못을 대 망치로 살살 두드리면 얼음이 잘게 깨졌다. 거기에다 수박의 빨간 살을 숟가락으로 파내어 합치고 약간의 물을 붓고 사카린을 태우면 수박화채가 만들어졌다...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