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쌈밥 집에서
다섯 시 사십 분, 조금 이른 시간 같았다. 식당에 들어서니 우리가 마수였다. 장삿집에는 재수 좋을 사람이 먼저 들어가야 그날 장사가 잘된다는 데, 중로(中老)가 첫 손님으로 발을 들이니 젊은 주인에게 괜히 미안스러웠다. 그나마 천주교 독실한 신자인 베라노가 먼저 들어가 다행이랄까. 명덕역 물베기* 거리의 은 주택을 개조한 쌈밥 식당이다. 삼겹살과 생오리, 돌솥밥을 취급했다. 담벼락의 담쟁이넝쿨이 인상적이었다. 밥은 먹지 않으니 기본인 생삼겹살에 소주를 놓고 근황을 주고받았다. 고기가 신선하고 단출한 상차림이 소주 마시기에 딱 맞았다. 베라노는 올해 성당의 책을 편찬 중이다. 발간 날짜가 다가오니 고민되는 모양이다. 봉사 정신이 투철해 무난히 맡은 일을 잘 수행하리라 믿으며 권커니 잣거니 술을 마셨다. ..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