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사는 동안
친구들과 늦도록 술자리를 가졌다. 자리를 파하고 나자 한 친구가 2차 하자고 졸랐다. 그를 위해 맥줏집 한 곳을 더 들렀다. 술맛은 나지 않았다. 표시를 내지 않았으나 그렇게 좋아하는 술이 시큰둥해지다니 술 복도 다 됐나 싶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세월은 시나브로 모든 것을 지워 나간다. 오래전 사실이 흐려져 잊힌 일이 많고, 어릴 적 그리운 동무들 이름과 얼굴조차 흐릿하게 퇴색했다. 빛바랜 추억 몇 가지만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하늘하늘 흔들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어둑한 밤길의 스산함이 늘그막 신세를 대변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쓸쓸했다. 가을 타는 것일까. 머릿속에서 유년 시절의 좁고 긴 골목길이 튀어나와 멀리서 점점 가까워지더니 후회만 남은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해변 참호에 엎드려 먼바다를 응시하..
20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