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조 청소차를 보고
유년 시절, 긴 골목 한가운데 우리 집이 있었다. 좁은 골목에는 대개 좁은 집들이었다. 골목 따라 대문을 내 남향, 북향을 가릴 수 없는 집들이었고 담장이 다닥다닥 붙어 줄을 이었다. 담장이 끊기는 곳은 또 다른 샛골목이 나오며 이어졌다. 골목을 따라 집들이 들어섰는지, 담장을 따라 골목이 형성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리어카 한 대가 겨우 지나는 좁고 긴 실골목에는 생활에 어려움이 따랐다. 먼저 수돗물이었다. 집집이 수도가 놓이지 않았을 때라 골목 어귀에 있는 공동 수돗가에서 매일 물을 받아야 했다. 꼭지가 하나밖에 없어 양동이 줄이 끊이지 않았다. 없는 것을 숙명이라 여기고 사는 동네라 불평불만은커녕 감지덕지했기에 물을 받으러 나온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동네 놈팡이가 살..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