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에서 노루를 만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듯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노천명의 '사슴'이 떠오르는 찰나였다. 눈앞에 노루가 나타났다. 아침밥을 먹은 후 집사람이 갓바위에 가자고 했다. 불자인 아내는 정초 기도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불교도가 아니어서- 망설였다. 작년에 재미 삼아 경산 와촌에서 갓바위 올라가는 계단 숫자를 헤아려 보았더니 893개였다. 확신이 서지 않던 차에 다시 세어볼 요량으로 따라나섰다. 갓바위 행 803번 버스로 환승한 후 여남은 정류장을 거치자, 승객이 만원이 됐다. 작은 가방을 메고 갓바위에 가려는 보살과 처사가 많았고 간간이 등산객들도 탔다. 와촌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해 갓바위로 오르는 수많은 사람을 보니 정초의 갖는 만사 ..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