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8. 00:04ㆍ입맛
친구 여덟이 만나 점심을 먹었다. 空超가 인근에 자주 들렀던 맛있는 생고기 집이 있다면서 가자고 했다. 반주를 곁들여 어지간했는데 또 생고기 집에 가면 낮술에 취할 수 있어 사양했다. 그런데도 가볼 만한 맛이라며 모두를 일으켜 세웠다. 가까운 곳에 간판이 바래고 허름해 보이는 식당이었다. 손님이 없어 한가해하던 여사장님이 일행이 들어서자 반색하며 맞아준다.
"아지매, 생고기 두 개 주소, 소주하고" 공초도 반갑게 화답하자, 여사장님이 "오늘 생고기 조옷심더, 소주는 멀로 예?"하며 호호 웃는다. "'참'이요" 한마디 거들었다.
생고기가 나왔다. 선홍빛인가? 흰 접시에 담겨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붉은 고기가 장미 꽃잎 같다. 水岩이 접시 끝을 손으로 잡아 접시째 세워 들었다. 생고기가 찰싹 들어붙어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수암이 "고기 좋다, 이런 기 존기데이"라면서 빙긋이 좋아한다. 생고기가 찰떡처럼 찰졌다. 맛이 쫀득하고 씹을수록 구수하다. 마늘과 다대기 넣은 기름장에 푹 찍어 한입 넣으니 고소함이 그득하다. 생고기는 양념 맛이라는데 두 맛이 어울려 금상첨화다. 집은 허름한데 맛은 일품이었다. 생고기 맛에 빠져 소주가 한 병씩 자꾸 늘어났다. 저녁 선약이 없었다면 주저앉아 대취할 뻔한 맛집이었다. (2024.11.26.)
대구에서는 생고기를 뭉티기라고 한다. 고기는 소 뒷다리의 허벅지살인 처지개살과 우둔살을 주로 사용한다. 뭉티기라 부르게 된 것은 사각지고, 두껍게 썬다고 붙은 명칭이지만, 식당을 다녀 보면 업소마다 주방장 멋대로 두껍게도, 얇게도 썰어 낸다. 2006년 대구 십미(十味)의 하나로 정할 때만 하더라도 뭉티기로 많이 불렀다. 요즘은 생고기로 칭하는 게 대세다. 아마 '뭉티기'라고 하면 설명이 필요할 것 같고 '생고기'는 대체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 자신과 주변인들도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생고기라고 부르고 있다. 생고기는 접시에 찰싹 들어붙어 잘 떨어지지 않아야 품질이 좋다고 해 한때는 음식이 나오면 접시를 뒤집어 보기도 했다. 고기는 참기름,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에 담가서 먹거나 찍어서 먹는다. 고기보다 양념이 영업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 7.17. 올린 입맛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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