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사 문화해설사 해설 경청

2024. 3. 11. 07:08여행의 추억

728x90

현풍읍에서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바라봤다. 비슬산이 희끗희끗한 눈발을 머리에 이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섰다. A가 "산에는 못 가도 유가사라도 들렀다 가자"고 했다. 평일의 산사는 적막강산인 듯 고요했다.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문화해설사의 집이 보였다. 팸플릿을 구하려고 다가가니 해설사님이 일행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반갑게 웃으며 "어디서 오셨느냐"라며 인사를 건넨다.

해설사는 유가사에 관해 설명했다. 불교 조계종 9교구 본사 동화사의 말사로 진흥왕 2년, 827년도에 도성이 창건… (중략) 도성과 관기 두 대사가 서로 그리워하면 보고 싶은 쪽으로 풀들이 일제히 누웠다고 하면서,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풀들이 알아서 신호를 보내주었다나 어쨌다나 전설이나 유래를 재미있게 말씀했다. 설명 중 흥미로웠던 점은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 이야기였다. 해설사는 "일연 스님이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라면서도 "자료 수집에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유사의 토대가 된 자료는 일연 스님이 유가사를 비롯해 대견사 등 비슬산 일대의 사찰에서 이십이 년 넘게 머무실 때 수집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이 갔다. 삼국유사에 수록한 신화나 설화, 향가를 수집하려면 짧은 기간에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내용을 정리, 수정, 윤문, 퇴고하는  기간까지 고려한다면 해설사 말이 설득력 있는 것 같았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큰일은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다. 우연히 유가사에 들러 문화해설사의 고견을 청취한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헤어지면서 그는 매주 목요일 해설을 맡고 있으니 또 오라며 환하게 웃었다. (2024.3.7.)

* 일연 스님(1206~1289) : ◇1219년 설악산 진전사에서 출가 ◇1227년 승과 급제 후 비슬산 대견사 초임 주지 ◇1277년 운문사 주지 ◇1283년 국사 책봉 ◇1284년 인각사 주재, 삼국유사 집필 ◇1289년 입적
* 삼국유사(三國遺事) :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고조선에서부터 후삼국까지의 유사를 모아 편찬한 역사서이다. 총 5권 2책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다.


비슬산 유가사
사천왕문
대웅전과 삼층석탑
사찰 경내를 수호하는 외호신장을 모신 국사당
보각국사 일연 시비

'여행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스러운 비단잉어  (100) 2024.03.16
구미 문수사에 다녀오다  (118) 2024.03.13
양산 통도사 매화  (128) 2024.03.02
운문사 솔숲의 하트와 브이  (132) 2024.02.29
청도의 내시 고택  (132)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