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3. 05:18ㆍ일상다반사
최근 에스유브이(SUV) 차량으로 차박(車泊) 캠핑을 즐기는 것이 유행한다. 숙박비를 줄일 수 있고 짐도 가벼워지니 일거양득이겠다. 지난해 친구들과 캠핑카를 공동으로 사려다가 무산되었다. 연중 탈 수 있는 날이 며칠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요즘은 고가의 캠핑카보다 비용을 적게 들여 승합차를 개조해 만들기도 한다.
손골 성지(용인시) 주차장에서 캠핑카를 만났다. 1톤 트럭에다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뚜껑을 씌우고, 바닥에는 배터리용 보온매트를 깔았다. 취사도구나 자질구레한 물건을 넣는 앵글 선반도 있었다. 안으로 벽지를 발라 분위기가 아늑했다. 실용적으로 보였다. 창원 거주, 75세 노부부. 순례 책자를 들고 지나가는 나에게 '몇 군데 찍었어요?'라고 묻는 아저씨의 인상이 서글서글했다. 대화를 하면서 '성지 순례하려고 만들었다'라면서 차 뚜껑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려 내심 놀랐다. '5월부터 다녔다'고 하면서 며칠씩 순례한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 쉰다고도 했다.
두 분을 우연히 하루 세 번 만났다. 처음에는 용인 손골 성지, 다음은 화성 남양 성모 성지와 요당리 성지에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보는 사람이 먼저 인사했다. 요당리에서 헤어질 때, 환하게 웃으며 "우리는 베티에 갑니다."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순례하십시오." 기원했다.
75세에 트럭을 개조해 전국을 다니는 노부부의 용기가 놀랍다. 새삼스레 〈사무엘 울만의 청춘〉을 웹에서 찾아 읽고 오래 기억하려고 한 구절 적어본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청춘 / 사무엘 울만
청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cookcookbummul.tistory.com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 미사일 (0) | 2022.10.06 |
---|---|
고여 있으면 아파진다 (1) | 2022.10.05 |
어제의 교훈 (0) | 2022.10.02 |
물봉선화야 고맙다 (0) | 2022.10.01 |
father는 분발하자 (0) | 2022.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