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을 찾아야겠다

2023. 11. 24. 07:56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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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불그스름하게 밝아온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늘을 바라본다. 커튼을 잘 치지 않기에 고개만 돌리면 된다. 그런데 일이 년 사이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먼 산을 가렸다. 얼마 전 문득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 잃어버린 먼 산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3년부터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금이 여섯 번째 아파트다. 첫 아파트는 주공아파트로 일 층 임대였다. 비용을 아끼느라 새시를 하지 않아 도둑을 맞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도둑맞은 후 새시를 했다. 그때 얻은 교훈은 아직도 잊지 않는다. 그 후 재수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작은 아파트를 사 이사했다. 당시에는 변두리였으나 기분이 좋았고 어린 자녀들과 추억을 쌓아 가장 애착이 컸다. 세 번째 아파트부터는 고층에 살았다. 대부분 오 층 이하 저층이었으나 1990년대 고 노태우 대통령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으로 십오 층 이상 아파트가 대단지로 들어섰다. 삼 층에 살다 십이 층으로 이사하니 머리가 띵한 게 한 달이나 지속됐다. 하지만 용지봉이 바라보이는 전망에 위안이 됐다. 네 번째부터는 더 높은 고층에 살게 됐다. 고층에 살면 간밤에 눈비가 내렸다가 그치면 알 수 없다.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봐야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양면이 있음이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정기 점검 중, 집사람이 용무가 생겨 계단을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고층을 싫어하게 돼 십 층 이하를 주장한다. 만약 집사람 뜻대로 한다면 새 아파트로 이사해도 잃어버린 먼 산을 찾을 수 있으려나 객쩍은 걱정을 하면서 아침을 맞는다. 오늘도 힘내자, 으라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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