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베기 골목'의 목련

2023. 3. 10. 08:36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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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작가인 박** 씨, 수필가 김** 씨와 저녁을 먹었다. 반주도 곁들였다. 박 작가는 막걸리, 김 수필가는 음료, 나는 소주였다. 식당을 나올 때 안주가 남아 한 병 더 할까 말까 갈등하다 과감히 일어섰다.
얼마 전 박 작가에게 축하할 일이 있었다. 내 일처럼 좋아 전화했더니 인사 갚음으로 저녁을 샀다. 나도 타지 않은 적금 탔다며 쏘는 한턱 말고, 신바람 나는 일 생겨 호기롭게 한턱낼 수 있으면 좋겠다.

 
밥만 먹고 헤어지려니 섭섭해 가끔 들리는 '물베기 골목'의 한 카페에 갔다. 입구에 봄을 알리는 흰 목련이 벌써 벙글었다. 축하라도 하듯 하얀 손뼉을 쳐주는 것 같았다. 상단부에는 꽃이 활짝 폈고 하단부는 꽃망울이 촘촘해 내일이라도 곧 피어날 태세였다. 목련(木蓮)을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 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으스름이 깔렸지만,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핀 하얀 목련이 막 터진 커다란 팝콘 같았다. 마음으로는 엄정행 씨의 가곡 '목련화'가 언뜻 메아리쳐 지나갔다. 

옥황상제의 딸인 공주가 북쪽 바다 신을 사랑하였다. 그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는 바다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를 안 북쪽 바다의 신은 공주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었다. 그 무덤에 피어난 꽃이 백목련이다. 설화가 전하듯이 목련은 북향화(北向花)라는 별칭이 있다. 백목련은 이루지 못할 사랑, 자목련은 자연애라는 꽃말을 지녔다. 오늘 밤은 환한 목련이 둥실 떠 있다. (2023.3.8. with 박**, 김**)
 

 물베기 골목 '그저모이기' 카페 / 중앙대로51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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