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돈 소나무

2025. 6. 17. 07:31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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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물동 ○○○○ 아파트 단지에서 흰 액체가 흘러내린 소나무를 봤다. 십여 미터 높이로, 늘 봐왔던 수종은 아니었다. 삭둑 잘라낸 꼭대기에서부터 나온 흰 액체가 땅바닥까지 흘렀다. 페인트를 바른 듯 흉했지만, 나무가 흘린 피(수액)의 흔적이었다. 이차돈 소나무인지 기이했다. 문득, 527년에 이차돈의 목을 베자 흰 젖(피)이 솟구쳐 올랐다는 설화가 떠올랐다. 소나무도 목이 잘려 흰 피를 흘렸으니 예사 나무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경비원에게 소나무 수종과 흰 액체에 관해 물었더니 의아해했다. 함께 소나무를 확인시키니, "올봄에 바람에 쓰러질 것 같아 꼭대기에 올라가 베었다. 키가 커 베어낼 때 위험했었다"라고 했다. "그 후 이렇게 된 것은 몰랐다"고 덧붙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소나무가 선 자리가 후미진 곳이기는 하다. 흘러나온 투명한 수액이 공기 중에 산화해 흰색으로 변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수액) 흘린 양이 적지 않은 흔적 같아서 신기했다. (202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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