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라 카페에서

2025. 5. 22. 07:41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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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하동못안길 88(하동)


푸른 저수지와 유채밭이 아름다운 제주도를 연상시켰다. <바실라(Bashilla)>는 경주에 있는 한옥 카페다. 불국사 인근의 하동 저수지에 위치해 탁 트인 전망이 좋다. 4월 어느 맑은 날 동호회 선생님들과 함께 다녀왔다. <바실라>는 페르시아(이란)의 전설적 영웅인 페레이둔 탄생 이야기를 담은 대서사시 '쿠쉬나메(쿠시의 책)'에 기록된 신라를 묘사한 이름이라고 한다.

쿠쉬나메(Kush-name)는 11세기 이란의 대학자인 이란샤 이븐 압달 하이르가 7세기 중반 무렵부터 생겨나 300~400년간 구전된 서사시를 모은 것으로, 총 1만 129쿠플레(대구·對句)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이란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전 서사시다. 그 가운데 신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구절은 1만 129절 중에서 2,011~5,925절 사이를 구성한다. 1998년 이란 학자 잘랄 마티니 교수가 책으로 발간해, 2010년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과)가 이란으로 건너가 자료를 확인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멸망한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족 아비탄(Abtin) 왕자가 신라의 프라랑(Frarang) 공주와 혼인해서 왕자 페레이둔을 낳고, 그 왕자가 귀국해서 자하크(아랍의 폭정자)를 물리쳤다는 것이었다. 총 800여 쪽 가운데 신라 관련 부분만 400쪽이 넘는다. 서사시인만큼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쉽지 않지만, 쿠쉬나메는 이란의 문화와 역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경주에서 휴식하러 들어간 바실라 카페에서 최 선생님으로부터 1300년 전의 신라와 이란의 우호적 관계를 전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원성왕릉(괘릉)과 흥덕왕릉의 전형적인 서역인 모습의 무인상에 관해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사리기 유리잔, 은잔, 보검, 월지 입수쌍조문 사자 공작무늬 돌 등도 서역의 유물 교류 흔적일 터이니 바실라 커피 한 잔을 마신 소출이 쏠쏠하다.


쿠쉬나메_이희수 저_2014_청아출판사_15,000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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