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8. 09:28ㆍ여행의 추억

시등회 오월 산행 일이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밤늦도록 그치지 않아 걱정했는데, 아침에 파란 하늘이 열렸다. 집결지에 아홉 명이 모여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공암풍벽>에 다녀왔다. 공암(孔巖)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로 파평윤씨 세거지이고, 풍벽(楓壁)은 공암리에 솟아 있는 30여 미터 절벽으로 경치가 빼어나 청도 8경*의 하나로 꼽는다. 1996년 운문댐 건설로 공암리 일부가 수몰됐어도 지금도 그윽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행은 마을 입구에서 공암풍벽 반환점까지 1.6km, 왕복 3.2km의 짧은 코스였지만, 숲이 짙었고, 가뭄으로 댐의 물이 마른 곳은 수몰 전의 지형을 나타냈다. 의외로 암벽 곳곳의 각석이 -글씨가 닳아서 판독할 수가 없어도- 옛 선비들의 풍류와 아취를 상상할 수 있었다. '공암풍벽'이라는 멋진 용어는 실학자 조긍섭의 詩*에서 유래했다. 산행 후 돌아오는 길에 회장님 제안으로 '발해(渤海)' 마을까지 둘러보아 산행을 더욱 뜻있게 마무리했다. (2025.5.17.)



* 청도 팔경: 제1경 오산 조일(鼇山朝日; 아침 햇살을 받고 떠오르는 남산), 제2경 용각 모우(龍角暮雨; 가랑비 내리는 저녁 무렵에 바라보는 용각산), 제3경 자계 제월(紫溪霽月; 자계 서원 앞 청도천에 비친 보름달), 제4경 운문 효종(雲門曉鍾; 운문사 새벽 종소리와 풍경), 제5경 유호 연화(柳湖蓮花; 유등지의 풍경), 제6경 유천 어화(楡川漁火; 청도천과 동창천이 합류되는 유천에서 밤에 횃불을 밝혀 물고기를 잡는 풍경), 제7경 낙대 약폭(落臺藥瀑; 남산 중턱에 높이 30여 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 제8경 공암 풍벽(孔巖楓壁: 공암리에 있는 반월형 창벽으로 오색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곳.
















* 孔巖楓壁 공암풍벽 / 曺兢燮
江盤石坼幾經年 강반석탁기경년
度磴穿蹊已凜然 도등천혜이늠연
縱有殳斨難削斲 종유수장난삭착
除非猿貁得攀緣 제비원유득반연
始林故國寒流外 시림고국한류외
司諫荒碑落照邊 사간황비락조변
謾說吾居山水好 만설오거산수호
向來眞見甕中天* 향래진견옹중천
공암의 풍벽 / 조긍섭
강이 서리고 돌이 터진 지 몇 년이던가
돌 비탈길 지나고 오솔길 지나니 이미 늠연*하네
창과 도끼가 있더라도 깎아내기 어렵고
원숭이 아니고야 올라갈 수 있겠는가
시림의 옛 나라*는 차가운 강물 밖에 있고
사간의 허물어진 비석*은 낙조 가에 보이네
이르건대 내 거처하는 곳 산수가 좋으니
종래에 참으로 선경을 보겠네
ㅡ출처: 《암서집(巖棲集)》 권6 (詩)/ 한국고전번역원




* 조긍섭(曺兢燮, 1873~1933): 경남 창녕군 고암면 출신으로 근대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활동한 학자로서,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중근(仲謹), 호는 심재(深齋)다. 저서에 《곤언(困言)》, 《암서집(巖棲集)》, 《조명록(措明錄)》 등이 있다.
* 옹중천(甕中天) : 호중천(壺中天)과 같은 말로서 선경을 뜻한다. 후한 때 비장방(費長房)이 시장(市場)의 관리가 되었을 때 약을 파는 노인이 가게 머리에 호리병 한 개를 걸어두고 저자가 파하면 문득 그 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다. 비장방이 누대 위에서 그것을 보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 여기고 다음날 노인에게 찾아갔는데, 노인이 함께 데리고 들어가니 그 안에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가 성대하게 차려져 배불리 먹고 나왔다고 한다. 《後漢書 卷82下 方術列傳下 費長房》
* 늠연(凜然): 위엄이 있고 당당하다.
* 시림(始林)의 옛 나라: 신라를 말한다. 시림은 신라의 서울 계림(鷄林), 즉 경주다.
* 사간(司諫)의 허물어진 비석: 풍벽 근처 있는 비석일 것이나 사간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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