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破紙) 모으는 노인
오륙 년 전 친구가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동안 살던 마당 넓은 주택을 철거해 고물상을 열었다. 수익 난다는 겉말을 듣고 뛰어든 것이다. 전문가 직원을 채용했지만, 고생만 실컷 하고 칠 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가끔 고물상에 가 봤다. 특성상 너저분하고 잔손질이 많아 쉴 틈이 없었다. 비닐류와 페인트 통을 빼고 취급하지 않는 물건이 없을 정도였다. 낡은 물건이나 옛것이 들어오면 분리해 부품별로 따로 모았다. 엄청 힘들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수집한 파지는 무게가 더 나가도록 물을 뿌렸다. 물 먹인 소는 위법이지만 물 먹인 종이는 그렇지 않았다. 파지는 kg에 천 원이 안 됐다. 리어카나 자전거로 파지를 싣고 오는 노인 대부분이 파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영감님에게 막걸리를 사다 주려고 삼..
202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