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상추를 얻어 오며
이른 아침 '상추를 가져가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지인은 지난해 상반기 은퇴하고 주말농장의 텃밭을 임차해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 각종 채소를 수확해 주변 사람에게 대부분 나누어 준다. 재미가 붙었는지 올해는 일곱 평 땅을 스무 평으로 늘렸다. 상추를 받으러 텃밭에 갔다. 얼마나 열성을 기울였는지 밭은 잡초 하나 없이 깔끔했다. 박아 놓은 고춧대도 일직선에다 높이가 자로 잰 듯 일정했다. 상추, 쑥갓, 파 등 여러 작물이 지인의 환한 얼굴처럼 반짝거렸다. 힘들여 가꾼 농작물을 그저 받아 오려니 고맙고 미안했다. 수필(신기전; 권오훈 작) 한 편을 읽었다. 텃밭의 남은 농작물을 썩혀버리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작가는 '자기 것인데 나눠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수 없다'라면서도 '그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 ..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