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돕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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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에 쇠말뚝 박기
친구가 SOS를 쳤다. 농장에 3년 전 심은 70주 복숭아나무에 열매가 달리니 가지가 처진다고 한다. 지주대를 세워 가지를 당겨 올리려면 쇠말뚝을 먼저 박아야 하는데,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아침에 농장에 도착해 보니 친구가 어제 지주대를 여러 개 세워놓았다. 혼자 했으니, 힘에 부쳤겠다. 친구를 도와 셋이 함께 남은 쇠말뚝 50개를 박았다. 최근 잦은 비로 땅이 다소 물러졌는데도 쇠말뚝을 한 개 박으려면 해머로 30~40차례 정도 두드려야 했다. 해머질이 처음이라 서툴고 힘이 들었다. 똑바로 박히지 않고 비스듬히 들어간 것은 돌을 고아 바르게 했다. 셋이 번갈아 가며 해머질했는데 땀이 비 오듯 났다. 흘린 땀만큼 수확의 기쁨을 고대한다. 누군가 농사는 눈으로 듣는 장엄한 심포니라고 했다. 맞는 말씀같다..
2023.07.10 -
만물은 이어져 있다
친구네 블루베리 농장은 이사 중이다. 블루베리는 방기하고 필요한 자재만 가져간다.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옮겼는데 올해 수확이 끝나자 남은 자재를 마무리 철수 중이다. 이사하는데 손을 보태려고 갔다. 농장이 썰렁했다. 자재들이 빠져나간 곳이 텅 비어 횅했고, 수돗가에 파논 작은 물웅덩이는 개구리들이 점령했고, 멧돼지가 농장 곳곳을 파헤쳤다. 섬뜩했다. 2주 전에 농로를 뒤집어놓아 차가 빠져 난처했는데, 이제는 블루베리 밑동의 먹이를 찾으려고 나무를 통째 파헤쳤다. 농장에 사람들 발길이 뜸해지니 멧돼지가 산에서 눈치채고 찾아오다니 신기하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헛말 아니었다. 블루베리 나무가 들을 수없는 아우성을 친 것일까. 잠시 사람 손이 타지 않는다고 개구리와 멧돼지가 찾아드니,..
202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