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암에 다녀오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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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암에 다녀오다
부모님 영가를 원당암에 모신 지 몇 해됐다. 망모의 뜻이었지만, 아직 마음이 울울하다. 산에는 며칠 전 눈이 많이 왔나 보다. 길가에 눈이 제법 쌓였다. 원당암 오르막이 은근히 걱정됐는데 도로가 깨끗이 제설 됐다. 장년의 봉사자들이 방문객 불편이 없도록 불방망이를 들고 주차 안내를 했다. 눈도 치우고 했을 텐데 다들 차례는 모셨을지 모르겠다. 음덕 양보(陰德陽報)하시라.너른 영당 방에 유족들이 꽉 들어찼다. 늦게 온 분들은 섰다. 눈 때문에 밖에 좌석을 놓지 못하기도 했지만, 근년 들어와 훌쩍 는 것이다. 장, 제례 시류가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영가를 외는 스님은 숨도 차지 않는지 낭독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드미컬하다. 부족한 나 대신 법력으로 영가의 명복을 빌어주시니 오직 은혜롭다. 공허한..
2025.01.30 -
원당암에 다녀오다
정오가 지나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을 갔다. 부모님이 그리울 땐 바람부는 듯 다녀온다. 영당에 참배하고 어머니가 좋아하신 108계단 정자에 섰다. 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하늘 아래 가야산 상왕봉이 작은 언덕처럼 보인다. 원당암에서는 내 마음은 쓸쓸하고 허전하다. 위안도 없다. 부모님 살아생전 다하지 못한 회한에 눈시울만 붉히고 돌아왔다. (2023.12.3.)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김소월의 시, 부모)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