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해는 밥도둑
어제, 친구에게 식해(食醢) 한 통을 선물받았다. 식해는 가자미나 갈치 등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품이다. 전통음식이건만, 근래 들어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귀한 음식이 되었다. 선물받은 식해는 밥반찬용으로 오징어 진미로 만들었다. 생선 대신 오징어 진미를 사용해 삭히는 기간이 짧고 비린내를 꺼리는 사람도 삭힌 맛을 즐길 수 있다. 아침을 먹으려고 식해를 접시에 덜었다. 시원한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무엇이든 잘 먹는 식성이지만 알싸하고 씁쓸하고 시큼한 맛을 조금 더 좋아한다. 식해의 먹음직스러운 주홍빛을 보니 침이 고여 밥을 뜨기 전에 젓가락부터 댔다. 붉어도 맵지 않고 신맛과 은은한 단맛이 어울려 입 안에 퍼졌다. 무는 아삭했고 밥 알갱이는 삭혀져 거친듯 부드러웠다. 잡내도 없고 상..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