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울려 봐야지
반가운 전화가 왔다. 한잔하잔다. 퇴근 시간을 어지간히 맞추어 온 연락이기에 단골집으로 직행했다. 다른 주군(酒軍)에게 비상 연락했으나 맞지 않아 둘만 마주 앉았다. 친구가 '새로'를 주문했다. 처음 보는 하얀 병이 엷은 주름치마를 둘러 날씬해 보였다. 상표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다. 16도 순한 도수에 향수(알콜향) 내음이 없어 부드러웠다. 우리는 미구*를 깨우지 않으려는 양 조용히 술잔을 부딪쳤다. 오늘의 안줏감은 '눈물'이었다. 요즘 들어 영화 볼 때 전에 없이 눈물이 나는데 왜 그러느냐는 의문이었다. 결론은 노화 현상의 하나로 정서적으로 약해졌다는 데 동감했다. 나는 감동적인 스토리에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눈물이 났지만, 친구는 엉엉 소리 내 운다고 했다. 평생 스포츠맨인 친구가, 우는 것도..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