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 꽃이 흰 눈이 내린 듯
꽃이 땅에 떨어져 고아한 정취를 자아내는 벚꽃과 이팝 꽃, 동백, 장미, 은행잎, 단풍잎들은 메마른 가슴을 지닌 사람에게도 시심(詩心)을 부추기곤 한다. 벚꽃이 지고 나니 이팝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며칠 전부터 가로수에 하얀 꽃이 봉긋 부푼 솥 밥처럼 풍성하더니, 팝콘 터지듯 땅으로 쏟아졌다. 마치 흰 눈이 내린 듯해 걸음이 조심스럽다. 오래전 사월 초파일, 합천 황매산 등산을 가다가 가회면 오도리에서 큰 나무를 만났다. 하얀 뭉게구름 같은 게 이팝나무꽃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팝나무는 낙엽수의 한 종으로 교목*이다. 꽃이 이밥(쌀밥의 사투리)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여름이 시작하는 5~6월에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한다. 꽃이 피어도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2023.04.27